바보 같이 / 왕영분
짙은 잿빛 하늘이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앞집 푸른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빈가지 사이로
함박눈이 사분사분 내려앉는다.
개밥 주던 등 굽은 할머니
아직도 요양원에 계시는지
백구 혼자 앞마당에서 뛰어논다.
몇 번 쌓인 눈 녹고 나면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은 오겠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이 조롱하듯
달려가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
계절은 그 자리에서 순서대로 바뀔 뿐인데
바보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 홀로 허둥대고 있었구나.
쉬엄 쉬엄 돌아보며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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