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바보 같이/왕영분

highlake(孤雲) 2018. 1. 29. 10:12



바보 같이 / 왕영분

 
짙은 잿빛 하늘이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앞집 푸른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빈가지 사이로

함박눈이 사분사분 내려앉는다.

개밥 주던 등 굽은 할머니

아직도 요양원에 계시는지

백구 혼자 앞마당에서 뛰어논다.

몇 번 쌓인 눈 녹고 나면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은 오겠지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이 조롱하듯

달려가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

계절은 그 자리에서 순서대로 바뀔 뿐인데

바보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 홀로 허둥대고 있었구나.

쉬엄 쉬엄 돌아보며 가리라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부러진 길/이준관  (0) 2018.01.29
겨울 이야기/주응규  (0) 2018.01.29
얼굴 반찬/공광규  (0) 2018.01.28
겨울 그리움/주응규  (0) 2018.01.27
사랑의 노래/릴케  (0) 201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