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구부러진 길/이준관

highlake(孤雲) 2018. 1. 29. 10:46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리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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