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얼굴 반찬/공광규

highlake(孤雲) 2018. 1. 28. 10:35


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The Green Glens Of Antrim - Phil Coulter)

앤트림의 푸른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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