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친구를 만난건 50년전 고등학생 때다.
순전히 그 친구와 우리집이 가까이 있다는 그 이유로 등.하교를
같이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날 그 친구집으로 초대를 받고 가서
엄청난 부자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 때는 학생이고 같은 반 친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별로 기죽지 않고 주눅도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집은 XX 여객 버스운송을 하는 사장님이 아버지이셨다.
어린시절 가난한 시골 농부(아버지는 안계셨지만)의 아들이었던
나는 전혀 본적이 없는 음식 그 속에는 구경도 못해본 국수라는 걸
처음 먹어보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국수도 있구나하고 놀랬다.
그 것이 일본 라면이라는 걸 한참 지나서야 일게 되었다.
꼬불꼬불한 면발에 노란색 국수가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집에가서 어머니께 자랑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집 냉장고에는 항상 쇠고기가 반마리 정도는 걸려있었다.
그 당시에는 일반 가정집에는 냉장고를 구경할 수도 없을
시절이기에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 친구는 이북(황해도)이 고향인데 그 부모님은 1.4후퇴때 월남하신
분들로 그 어머니의 음식쏨씨가 대단히 좋았다고 생각된다.
이릴때는 구경도 못해본 만두랑 냉면이랑 자주 얻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 어머니는 아들 친구이고 촌에서 순진하게 자라온 나를 아들같이
아주 좋아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스스럼없이 그 친구집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밤이 깊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듯 학교를 졸업하고 그 친구는 서울로 대학을 가고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때나가끔 만나게 되었고 군대를 마치고 ....그
러다 보니 전처럼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낼 수 없었지만
모든것이 다 정리되고는 다시 만나서 어울려 술도 같이 마시고
옛날처럼 지냈다.
그 후에 서로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그렇게 지내면서도 우리는 변함없이
친하게 잘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많이 흘러 어느새 사는 곳도 바뀌고 하루이틀이 한달,
두달이되고 일년 이년이 되면서 점점 눈에서 마음에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쩌다 생각나면 전화 한통하는 정도로 멀어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부자였던 그 친구의 집은 보통사람의 살림살이 정도로
줄어들었고 친구는 자식한테 의지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나 나나 영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다만 왕래만 없다는 것이지 지금도 전화만 하면 반갑게
서로 안부 전하는 사이이긴하다.
지금은 사는 곳도 서로멀리 떨어져있고 또 둘다 건강도 좋지 않아 만나지는
못 하지만 마음은 (적어도 나는) 아직도 그 친구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남은 생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이 계절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그 친구가 그립다.
정말 한번만이라도 보고싶다.
죽기전에.....
- 2013.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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