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꼭 한번은 보고싶다

highlake(孤雲) 2013. 9. 10. 12:15



엊그제 같이 찌는 듯 무더위가

어느새 써늘한 가을로 바뀌는 환절기

 

지금쯤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예쁜 자태 여인처럼

길가에 피어 있겠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진 몸으로

남들 올려놓은 사진으로만

계절을 느끼게 되고 말았는지.

 

아련한 세월 고등학생이던 때

그때도 코스모스가 피어

길가에 하늘거리고 있는

가을 어느날

순이 소개로 여고생

단발머리 연이를 만났지

수줍은 가슴에

콩닥콩닥 심장만 요동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우리 시작했었다.

그땐 만나자는 연락도 하기가 무척 어려웠지

지금이야 핸폰에 메세지만 날리면

언제든 만날 수 있지만......

 

그렇게

기껏 빵집에서나 만나

밤길을 하염없이

걷기만 했었지

그것도 1 미터 정도는 떨어진 상태로


 


얼마나 잡아보고 싶었던가 그 손이었던가.

오늘은 용기를 내 한번 잡아봐야지

그날도 결국 잡아보지 못한채

서면에서 영주동 까지

밤 길을 그냥 그렇게 걷기만 했지

연이도 헤어지기 아쉬웠던가

그래서 또 절반 이나 될 그 밤길을

말없이 그냥 걷곤 했지

그러다  연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준다고 같이 또 걸었지

우리는 만나는 많은 날을 밤이 늦도록

그냥 별 말없이 걷곤했었다.

그땐 그렇게 참 순진했었지 바보처럼..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하루 이틀 지나

서로 다른 길을 가게되니

무의미한채 몇 년이 흘러....

한번 두번

눈에서 멀어지고

또 마음에서 멀어지고.....

 

어느 싸늘했던 겨울

헤어지며 차창으로 흔들어 주던

그녀의 검은 장갑 낀 손

그렇게 연이를 보내고.....

며칠 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노래

'헤어지기 섭섭하여 망서리는 나에게

굳바이 하며 내밀던 손, 검은 장갑낀 손

할말은 많아도 아무 말 못하고 돌아서는

내 모양을 저 달은 웃으리~~~'

 

나에게 보낸

그 연이의 신청곡

그렇게 나는 연이를

그냥 바보 같이 보내고 말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유부단 했던 내 잘못으로

결국 손 한번도 못 잡아 본채

그렇게 헤어져 연락이 없었다.


 


지금쯤

곱게 늙은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그 짙은 눈썹

우수에 젖어 촉촉하던 ,

빨려 들것 같던 그 눈

알맞게 솟은 그 반듯한 코

적당히 도톰한 입술

아담한 체구에

이지적이던 ,

아름다운 그모습......

이리도 내 눈에 선한데

 


곱게 아름답게 늙어 있을

그 때 그 여인 연이가

오늘따라 못 견디게 그립다.

먼 발치에서라도 꼭 한번 보고싶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자식 두고 살기 바빠

한켠에  묻어 두고

 문득문득 한번씩 생각이 났던

내 첫 사랑 연이가

이렇게 다 늙어

검은 머리에

서리도 아닌 백설이 내리고

몇가닥 남지 않은  볼 모양 없는 영감탱이 되어서

그 연이가 보고 싶다니 이무슨 망령인가....

 

그렇지만 내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싶다.

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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