倒用前韻
밤에 앉아 옛이야기 하다
人生百年內 擾擾竟河爲
인생 백년을 살아 오면서 부산을 떨었으나 결국 무엇을 이뤘나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얻지도 못하고 잃을까봐 먼저 걱정을 했고 기쁜일 만나도 슬픔부터
일어났지.
扶衰藜動覓 和困枕多欹
노쇠한 몸 부축하노라 툭하면 지팡이나 찾고 피곤함을 푼다고 자주
베개에 기대는 꼴일세
回首山中桂 聊煩小隱詩
머리 돌려 산속의 계수나무를 보면서 그저 잠깐 은사 흉내 내는
시나 지어보네.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1491~1570)이 63세 되던 1553년 봄에 지었다.
예조판서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집에 친구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지난날 인생 살아온 이야기로 대화가 번졌다.
돌이켜보면 열심히 부산 떨며 살아왔다고는 하나 이뤄놓은 것이 변변찮다.
뭔가를 얻으면 실컷 누리기는커녕 잃어버릴까 조바심이 났고,
기쁜일이 생기면 마냥 좋아하기 보다는 함께 즐기지 못하는 사람 탓에 슬픔이
먼저 찾아왔다. 늘 안달복달하거나 안절부절 못한 인생이었다.
결국 지팡이나 찾고 베개나 기대는 노쇠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산중의계수나무는 어서 은퇴하라고 유혹하지만 그마저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 속세에 아등바등하는 소심한 은사가 영락없다.
<옮겨 온 글>
출처/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漢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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