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의 솔숲에서/김용택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1948- )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 詩 모음 2020.02.01
기다리는 사람에게/안도현 기다리는 사람에게 / 안도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 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비로소 싸움이 아름다운 때가 왔다 구비구비 험한 산이 가로막아 .. 詩 모음 2020.01.05
그 변소간의 비밀/박규리 그 변소간의 비밀 - 박규리 십년 넘은 그 절 변소간은 그동안 한 번도 똥을 푼 적 없다는데요. 통을 만들 때 한 구멍 뚫었을 거라는 둥 아예 처음부터 밑이 없었다는 둥 말도 많았습니다. 변소간을 지은 아랫말 미장이 영감은 벼락 맞을 소리라고 펄펄 뛰지만요, 하여간 그 곳은 이상하게 .. 詩 모음 2019.12.30
별 뜻 있겠습니까 /원태연 별 뜻 있겠습니까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는데 별 뜻 있겠습니까... 그저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데 별 뜻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는데 그런데 그러고 말려 했는데 참으로 간사한 게 인간의 마음인지라 목소리 듣고 얼굴 한번 보고 술 한잔 들어가니 별 뜻이 생기더군요 그 .. 詩 모음 2019.12.19
내가 나를 어루만져 준다/안은영 내가 나를 어루만져 준다 / 안은영 이 키로 이 얼굴로 이 뇌 용량으로 이 성질머리로 이 나이 될 때까지 용케 버티고 있구나. 그래, 무명인으로 제 역할 하느라 이렇게 애를 쓰는구나. 냉철한 이성으로 스스로 채찍질해야 함도 맞지만 가끔은 내가 나를 어루만져 준다. - 출처 / 《참 쉬운 .. 詩 모음 2019.12.18
내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었다/김정한 내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었다 /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 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 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찾게 되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메세지도 거.. 詩 모음 2019.12.17
사평역에서/곽재구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 詩 모음 201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