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중국은 여전히 낯설고 먼 이웃

highlake(孤雲) 2025. 4. 8. 14:23

 

중국 속언에 “먼 곳의 물은 가까이에 난 불을 끄기 어렵다(遠水難救近火)”는

말이 있다. 다음에 한 구절이 더 이어진다. “먼 곳의 친척은 가까이 있는 이웃보다

못하다(遠親不如近隣)”는 말이다. 멀고 가깝다는 뜻의 ‘원근(遠近)’이 키워드다.

불이 났을 때는 가까운 물, 어려울 때는 옆의 이웃이 더 소용에 닿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삶의 경험에서 추려낸 즉물적인 격언이다.

 

아예 “멀리서 들은 내용은 가까이서 본 것만 못하다(遠聞不如近見)”는 말도

만들었다.그러나 대상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실체를 알기 힘들 수도 있다.

북송(北宋) 시대 시인이었던 소식(蘇軾)은 커다란 산의 경치를 보면서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가 없으니, 몸이 그 안에 갇혀 있기 때문(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이라고 읊었다.

따라서 가까이 있다고 꼭 좋지는 않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멀리 있는 곳과 연대해 가까운 곳을 공격한다는 원교근공

(遠交近攻)이라는 성어도 만들었다.

이 모두는 멀고 가까움을 따지는 중국 특유의 오래된 ‘원근법’이다.

 

최근 한·중·일 3국 외교부 수장이 만난 자리에서 중국 왕이(王毅) 부장이 위의

“먼 곳의 친척은 가까이 있는 이웃만 못하다”는 말을 꺼냈다.

한국과 일본의 대미(對美) 동맹 관계에 균열의 씨앗을 심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은 일본 해역에 자국의 군함을 파견해 도발했고, 한국 서해바다

근역에는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영해권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버무린 고도의 책략이다. 음험한 욕망과 권모술수가 늘 느껴지는

중국이다.그런 중국의 원근법은 아직 평면적이며 산술적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일찌감치 가치 체계를 중심으로 한 입체적이며 기하학적인

원근법을 채택했다. 그에 따르자면 중국은 여전히 낯설고 먼 이웃이다.

중국의 단순한 ‘이웃’ 논리가 한미 동맹을 흔들게 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유광종의 차이나別曲)중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