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 / 艸衣禪師
艸衣禪師
10대 초반에 출가한 이후, 초의선사(1786-1866년)의 40여년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수행기간입니다.
자신의 고향마을 신기(新基)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머리가 희어진 것도 알았겠지요.
고향의 정취, 추억이 어려 있는 집, 부모의 손을 잡고 거닐던 고묘의 길목이 흔적 없이 사라졌으니
마음이 죽고, 또, 마음이 죽는 극한의 정서에서 한숨도 눈물도 따라서 말라버렸겠지요.
이런 마음은 지극한 孝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 지극한 효심, 그리고 마음도 한숨도 눈물도 다 태우고 비운 자리는 곧 불심과 하나입니다.
수행자라 하여 효도를 잊은 채 주장자 하나 들고 다시 구름 향해 발길을 돌리니,
태어난 굴을 향해 머리를 돌리고 죽어가는 여우보다도 못 하다는 탄식이 나왔나 봅니다.
마지막의 이 탄식은 효(孝)의 분위기가 짙어 초의선사와 교분이 있었던 추사선생은
수행미달의 스님들은 이 시를 읽고 통곡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초의선사艸衣禪師(1786~1866) ▒
무안출신으로 속가에서 성은 장씨였고 법명은 의순(意恂)이며 초의(草衣)는 호이다.
대흥사의 13대 종사의 한 사람인 대선사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던 우리나라 다도를
중흥시켜 다성(茶聖)으로 불린다.
강가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것을 지나가던 스님이 건져 준 일이 인연이 되어 6세 때 나주
운흥사에서 출가했다. 그 후 각지로 다니며 운수행각 하다가 대흥사 10대강사인 완호윤우
(琓虎 尹佑)스님의 법을 받고 초의라는 법호를 얻었다.
초의선사는 불문에 몸담고 있었으나 그 테두리에 그치지 않고 유학, 도교 등 당대의 여러
지식을 섭렵하며 다산 정약용이나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자하 신위 같은 학자나 사대부들과
폭넓게 사귀었고 범패와 서예, 시, 문장에도 능했다.
그는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만이 선이 아니며 현실의 일상 생활과 선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보았다. 그는 차(茶)와 선(禪)을 하나로 보아 ‘동다송’에서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초의선사는 차 한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으며
차는 그 성품에 삿됨이 없어서 어떠한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은 것이며 때묻지 않은 본래의 원천과
같은 것이라 하여‘무착바라밀(無着波羅蜜)’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가 지은 ‘동다송’은 동다(東茶) 즉 우리나라 차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는 것으로 차의 효능과
산지에 따른 품질, 만들고 마시는 법 등을 적은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이다.
차는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주로 불가의 학승들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지리산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과 영남지방은 차나무가 자라는데 풍토가 알맞았으므로
우리나라 차의 본고장이 되어 왔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어와
불교가 밀려나면서 다도도 쇠퇴하여 겨우 명맥만 이어지고 있었다.
초의선사는 차와 선이 한가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바탕으로 다도의 이론을 정리하고
차를 만들어 널리 폄으로써 전래의 차 문화를 중흥시켰다.
24세 연상이어서 스승으로 모셨던 정약용과 동갑으로 승속과 유불의 경계를 넘어 누구보다도
친밀한 정을 나누었던 김정희와의 사귐에서도 학문과 예술, 차의 향기가 함께 했음은 물론이다.
초의선사는 귀양살이하는 김정희를 만나러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했을 만큼 서로 터놓고
도탑게 지냈다.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선사가 보낸 차를 받고 써 보낸 걸작 ‘명선(茗禪)’이 대흥사에
전해온다.선사는 중년이후 큰절의 번거로움을 피해 일지암을 짓고 40여년간 은거하며 차와 더불어
지관(止觀)에 전념하다가 81세로 입적했다.
<저서>
1. 일지암시고(一支庵詩稿)
스님이 일생동안 선의 여가에 사대부들과 교유하면서 지은 시를 모은 시집이다.
모두 4권으로 401수의 시가 실려있으며 한 책으로 묶여져 있다.
2. 일지암문집(一支庵文集)
스님이 일생동안 지은 소(疏), 기(記), 발(跋), 상량문(上樑文), 제문(祭文),
축문(祝文), 영찬(影贊) 등 52개 항목과 부록으로 탑비명이 수록되어 있다.
3. 초의선과(草衣禪課)
선(禪)의 요지를 밝힌 『선문염송(禪門拈頌)』 중에서
그 골자만을 가려내 주석을 달고, 자신의 선론(禪論)을 붙여 만든 책이다.
4.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
백파선사의 선문수경의 잘못된 점을 논박하기 위해서 저술한 책으로
백파선사의 3종선 주장을 2종선으로 논박하였다.
5. 동다송(東茶頌)
『한국의 다경(茶經)』이라고 할 수 있는 차의 전문서이다.
스님이 나이 52세(1837년) 되던 해 봄에 다도를 묻는
해거도인 홍현주에게 저술해서 보낸 것이다.
6. 다신전(茶神傳)
차생활에 필요한 차의 지침서로서 스님이 45세(1830년) 때에 일지암에서
정서해서 펴낸 것이다. 다신전은 스님의 완전한 창작이 아니고,
중국의 『만보전서』 라는 백과사전 속에 수록되어 있는 『다경채요』의
원문을 추출해 내서 제명을 하고 발문을 달아 만든 책이다.
7. 문자반야집(文字般若集)
평소에 지은 서(序), 발(跋), 제문(祭文) 등 11편을 수록한 친필수고 초본이다.
이 글 가운데 해거도인에게 동다송을 저술해서 보낼 때 함께 보낸 서간문이 들어있다.
8. 초의시고(草衣詩稿)
스님의 법손(法孫) 상운응혜(祥雲應惠)와 법제(法弟) 쌍수일한(雙修一閒)이
인간(印刊)한 활자본 상하 두 책이다. 일지암시고와 일지암문집을 합쳐서
편집 간행한 것으로 스님이 열반한 후에 간행되었다.
- Daum Web 참조 -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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