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밥 / 안 도 현
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편지 / 안도현 (0) | 2018.08.13 |
---|---|
민들레 꽃씨/임종국 (0) | 2018.08.13 |
나 때문에 내가 가장 아프다/유안진 (0) | 2018.08.04 |
부부/함민복 (0) | 2018.08.01 |
연애하다가 쓴 시/이생진 (0) | 2018.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