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서럽다 /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 출처 / 시집 / '귀가 서럽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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