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인생은 차와 같다/ 世間猴

highlake(孤雲) 2018. 2. 20. 09:54




浮生若茶(부생약다) - 인생은 차와 같다!        
                                        / 世間猴(세간후)

몇 차례의 좌절을 겪은 젊은이가 먼 길을 떠나
보제사(普濟寺) 에 계신 명망 높으신 노스님을 뵙고는
"이렇게 나처럼 여러 차례 실패한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만 됩니까?"

하고 물었다.

노스님은 정좌 한 채 젊은이의 탄식을 그저 듣고만 있다가 시자에게
"시주가 먼 길을 오셨으니 따뜻한 물 한 주전자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신다.

시자가 물을 가져오자 노스님이 손가락으로 찻잎을 집어 잔에 넣고는

따뜻한 물로 차를 풀어서 젊은이에게 마실 것을 권한다.
젊은이가 머리를 숙여 잔을 들여다보니 잔에는 찻잎이 조용히 떠 있고
약한 수증기만 하늘하늘하게 떠 오른다.
젊은이는 도대체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스님에게 묻는다.

"어찌해서 따뜻한 물로 차를 탑니까?"
노스님은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재차 차를 마실 것을 권하니 젊은이가 마지못해

잔을 받쳐 들고 보니 찻잎들이 마치 오리 마냥 둥둥 떠 있다.

노스님이 물었다.
"시주, 이 차에 향기가 있습니까?"

젊은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차향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차입니까?"

노스님은 "이것의 복건의 철관음인데 정말로 향기가 없습니까?" 하고 되묻자
좋은 철관음 차라는 말에 젊은이는 떠있는 찻잎들을 불어가면서 향기를 맡으려고

애쓰다가 "한 가닥의 향기도 없습니다." 하면서 잔을 내려놓는다.

스님은 빙긋 웃으며 시자에게 공양간에 가서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한 주전자

가져오라고 시키신다.
시자가 끓는 물을 가져오자 다시 한 개의 잔을 찾아 간추린 후 찻잎을 집어넣은

다음 젊은이의 면전에 있는 차상에 놓고는 잔에다 약간의 끓는 물을 붓는다.

젊은이가 잔을 들여다보니 찻잎들이 잔의 위 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뜨고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찻잎들의 부침에 따라 한 가닥 미세한 향이 잔의

언저리에 넘쳐 나와 나부낀다.

차향을 느낀 젊은이가 의아해하자
노스님은 "잠시만 기다려라" 하면서 다시 주전자를 들고 잔에다 한 줄기의 끓는

물을 붓는다.

젊은이가 다시 잔을 들여다 보니 찻잎들은 갑자기 올라갔다 내려갔다 더욱 떠들

면서 세속에 따라 변한다.
동시에 사람을 취하게 하는 한 가닥의 순한 차향이 나부끼면서 올라오니 선방

가득하게 차향이 자욱하다.

노스님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5차례에 걸쳐 잔에다 끓는 물을 부으니 비로서 잔은

가득 채워졌고 한잔 가득한 녹색의 차는 미묘한 향을 낳아 온방 가득히 스며든다.

노스님이 웃으며 묻는다.
"시주, 똑 같은 철관음 차가 이렇게 달리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젊은이는 가만 생각하며 말한다.
"물이 달랐습니다. 한잔은 따뜻한 물로 차를 풀었고 또 한잔은 끓는 물로 차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노스님은 웃으면서 물의 쓰임이 달랐기 때문에 찻잎의 부침이 달랐다고 말한다.

"따뜻한 물로 서로 부딪힌 차의 찻잎은 가볍게 물 위로 떠서 가라앉지 않으며,
그 찻잎이 안일하게 풀어져 맑은 향기를 낼 수 없지만, 끓는 물로 서로 부딪힌

차의 찻잎은 마치 세파에 따라서 변하는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가 뜨고 하다가

그 찻잎이 한번에 풀리면서 마치 봄 비가 내리듯 맑고 은은하며,
가을 바람처럼 순수하고 온후하며, 겨울철 서리 마냥 청향한 차향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의 인생이 언제 이 차와 같지 아니한 적이 있는가?

시련과 좌절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의 그 평온한 삶에서는 따뜻한 물로 풀어낸

엷은 차처럼 생명과 지혜가 품어내는 청향을 자욱하게 낼 수 없지만
불우과 좌절을 여러 차례 겪은 사람은 바로 여러 차례의 끓는 물로 풀어낸 진한

차처럼, 어지러운 세속의 세월 속에 변화해 가면서 마치 끓는 물에 한 번,
또 한번 부딪힌 차가 내는 미묘한 청향을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삶을 통해서
은근한 가운데 향긋하게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浮生若茶(부생약다) - 우리의 인생은 차와 같다!
우리의 생명이 언제 한줌 녹차 잎이 아닌 적이 있었는가?
운명이 언제 한 주전자의 따뜻한 물, 한 주전자의 펄펄 끓는 물이 아닌 적이

있었던가?

찻잎이 끓는 물로 인해 자신이 가진 맑은 향기를 피어 올리 듯
우리의 삶도 시련과 좌절을 겪어가며, 비로써 참된 지혜와 재능을 찾아내어
은은한 정과 향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 대만의 어느 차 사이트에 世間猴(세간후)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올린 글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