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世說新語

인묵수렴(忍默收斂)

highlake(孤雲) 2017. 3. 22. 11:52



난무하는 말이 부쩍 어지럽다. 칼을 숨긴 혀, 꿀을 바른 입술이 계산된

언어로 포장되어 웅성대며 떠다닌다. 무엇을 듣고 어떻게 가릴까?


今人說快意話, 做快意事, 都用盡心機, 做到十分盡情,

一些不留餘地, 一毫不肯讓人, 方才燥脾, 方才如意.

昔人云: 話不可說盡, 事不可做盡, 莫撦滿篷風,

常留轉身地, 弓太滿則折, 月太滿則虧.


"지금 사람들은 마음에 통쾌한 말을 하고,

마음에 시원한 일을 하느라 온통 마음의 가늠을 다 쏟아붓는다.

있는 대로 정을 다 쏟아부어 조금도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터럭 하나조차 남에게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성에 차야만 하고,

제 뜻대로 되어야만 한다. 옛 사람이 말했다.

말은 다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된다.

쑥대에 가득한 바람을 마다하지 말고,

언제나 몸 돌릴 여지는 남겨두어야 한다.

활은 너무 당기면 부러지고, 달은 가득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청나라 석성금(石成金·1660~?)이 '전가보(傳家寶)'에서 한 말이다.>

당장에 상대를 말로 꺾어 기세를 올려도 그 말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 끝장을 보자는 독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독단의

언어는 독이 될 뿐 득이 없다.


言語正到快意時, 便截然能忍默得; 意氣正到發揚時,

便龕然能收斂得; 忿怒嗜欲正到騰沸時,

便廓然能消化得. 非天下大勇者不能.


'언어는 정말 통쾌한 뜻에 이르렀을 때 문득 끊어 능히 참아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의기는 한창 피어오를 때 문득 가만히 눌러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분노와 욕망은 막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문득 시원스레 털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천하에 큰 용기가 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능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청나라 부산(傅山·1607~1684)은 '잡기(雜記)'에서 이렇게 썼다.>

최고의 순간에 멈추기는 쉽지 않다.

절정에서 내려서기란 더 어렵다.

뜨거운 욕망의 도가니에서 훌쩍 뛰쳐나오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굴러 떨어지면 그 추락에 날개가 없다.

생각이 깊으면 그 말이 경솔하지 않다.

큰 싸움꾼은 가볍게 싸우지 않는다.

말의 품위와 격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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