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highlake(孤雲) 2017. 1. 17. 15:03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 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 진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가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 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  바람 불어 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 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 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 티우고 꽃 피우며
살아 가는지도 모릅니다.

- 복효근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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