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日行途中
薥黍紅垂荳葉黃(촉서홍수두엽황)
野田相錯盡文章(야전상착진문장)
謠看蕎麥花如雪(요간교맥화여설)
一陣風來一陣香(일진풍래일진향)
수수는 붉게 늘어지고, 콩잎은 노랗게 물들고,
들 밭은 얽히고 설켜, 온갖 색채 찬란하네.
저 멀리 메밀밭은 꽃이 마치 흰 눈과 같고,
한 줄기 바람결에 한줄기 향내 풍겨오네.
구한말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운양(雲陽)김윤식(金允植.1835~1922)이 썼다.
1865년 운양은 충청도 청주 관아의 송하옥(松下屋)이란 이름의 책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들길을 찾아나선 운양의 눈앞에 가을이 선뜩 다가왔다.
길섶에는 고개를 숙인 붉은 수수와 노랗게 물든 콩잎이 늘어 서 있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얼키설키 갈라진 밭두렁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색채가
찬란하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갖가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들녘 저 멀리서
불쑥 눈이 내린 듯 하얀 밭이 생뚱맞게 나타났다. 메밀밭이다.
고담하고 정결한 빛깔이 현란한 색채보다 더 아름답다.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그 바람에 실려 메밀꽃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젊은 시인은 가을 정취에 한껏 젖어 들길을 걸어간다.
-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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