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 암 수술을 앞둔 시어머니의 다리에 압박 스타킹을 신겨 드린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팔십이 다 된 노인의 몸을 살펴봤다. 한 끗 바람에도 바스러질 것 같은 앙상한 다리와 허벅지를 보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이어령 선생의 부고를 접한 후 읽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내 마음을 흔든 건 이 문장이었다. “요즘엔 아프니까 밤낮 몸무게를 재거든. 시간에도 무게가 있어. 매일 가벼워지거든. 옛날에는 무거워지는 걸 걱정했는데, 지금은 매일 가벼워지는 게 걱정이야. … 늙으면 한 방울 이상의 눈물을 흘릴 수 없다네. 노인은 점점 가벼워져서 많은 걸 담을 수 없어. 눈물도 한 방울이고, 분노도 성냥불 획 긋듯 한 번이야.” 그는 소리 내 한참을 우는 것도 젊은이의 행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