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

잘난 체하는 당신들 한국 사람들 때문이잖아

highlake(孤雲) 2024. 4. 13. 12:34

 

‘과시하기 경쟁(race to flex): 한국에선 부유함을 뽐내는(show off wealth) 게

왜 미덕일까.’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가 “체면이 전부인 한국에선 부자라고

뻐기거나(brag about being rich) 부자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악덕(vice)이

아니라 미덕(virtue)인 듯하다”며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미 가졌으면 으스대고(flaunt), 아니면 가질 때까지 가짜로 꾸민다(fake it)”고

시작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명품 가방을 볼 수 있다.

명품에 대한 강박(obsession with designer labels)이 워낙 만연해(be widespread)

어린 아이들까지 입고 신고 학교에 간다.

엄마들은 학부모 회의에도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고(doll up with all sorts of luxury

items)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가 마치 패션쇼 모델인 양 뽐내며 들어간다(strut into

the room).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per capita consumption

of luxury goods)가 가장 많은 국가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한 해 명품 소비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21조8000억원에 달했다.

외모와 물질적 지위로 사람을 단정하는(judge people based on their looks and

material status) 과시 문화의 부작용(side effects of the flexing culture)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다른 사람 성공은 시샘하며(go green with

envy) 다른 이로부터 똑같은 반응을 얻어내고 싶어하는(yearn to elicit the same

response from others) 한국인들 속성을 시사한다.

그로 인해 누구에게도 밀리지(lose out to anyone) 않고 따라잡으려고(keep up with

them), ‘그들 중 한 명’임을 과시하려고 끝없는 경쟁(never-ending race)을 벌인다.

게다가 명품 추종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제적 책임감은 덜하고 자기 표현 욕구는 강한 20~30대가 명품 브랜드들의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는

집·자동차를 사기 위한 저축보다는 즉각적인 만족감(instant gratification)을 좇아

명품에 돈을 펑펑 쓰는 경향이 강하다(be prone to splurge on luxury goods).

 

심지어 중고생까지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또래 집단 압박감을 느낀다

(feel the peer pressure).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다.

다수의 선택에 휩쓸려 시류에 편승하는(jump on the bandwagon) 심리적 현상

(psychological phenomenon)이다. 명품 살 형편이 안 되면 싸구려 모조품(cheap

knock-offs)을 사서라도 과시 행렬에 끼어든다.

 

국제결혼을 해 서울에 사는 싱가포르 여성이 명품백을 샀다가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듣고는(be told off) 한마디 쏘아붙였다고(ride him sharply) 한다.

그러자 아무 대꾸도 못 하고 머쓱해하더란다.

‘이게 모두 당신들 한국 사람들이 잘난 체하면서(be snobbish) 명품백 들고 다니지

않으면 업신여기니까(look down on) 그러는 거잖아요.’”

 

<조선일보 오피니언(윤희영의 News English)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