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詩.茶詩모음

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 하지 말게나

highlake(孤雲) 2020. 2. 2. 10:54



    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 하지 말게나 / 무용 수연無用秀演 休言潭水本無情 [휴언담수본무정] 厥性由來得一淸 [궐성유래득일청] 最愛寥寥明月夜 [최애요요명월야] 隔窓時送洗心聲 [격창시송세심성] 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 하지 말게나 그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 뿐이라네 고요한 달밤이 가장 좋나니 창 너머 때때로 마음 씻기는 소리 들려온다네

달밤의 못물을 두고 지은 멋진 시이다.

고요한 산방의 창 너머로 계곡의 웅덩이에 달빛이 교교하다.

물은 본래 맑은 것으로 모든 것을 씻어주는 청정이 그 이미지다.

때로는 물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씻기는 깨끗함을 느낀다.

더구나 고요한 달밤에 호수나 연못의 물을 보면 은은한 정서가

가슴 속에 물이 되어 흐를 것이다.

달빛 젖은 명상에 아련히 떠오르는 물과 같은 정이 고요 속에

그림자처럼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중靜中의 동動이 되어 고요를 깨뜨리면서 고요에 가라앉는

돌멩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무용 수연無用秀演 스님이 남긴 이 시는 당시 스님과 교류하던

사대부 김창흡에게 화답한 시로 그 제목이 나와 있다.

유자에게 은연중 불법의 참 이치를 물에 비유해 설해준 것 같기도 하다


무용 수연無用秀演(1651~1719)  조선 스님. 호는 무용. 속성은 오(吳).

이름은 수연. 13세에 어버이를 잃고 조계에 갔다가 혜관에게 출가하다.

22세에 침굉 현번을 뵙고 그의 부촉을 받아 조계의 은적암에 갔더니,

백암이 한번 보고 기이하게 여겼다.

경전을 가지고 문난함에 계합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함.

뒤에 용문사에서 참선하였으며, 1680년 금화동 신불암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강석(講席)을 열었으며, 1688년 백암의 법을 이어받다.

1700년 백암이 지리산 신흥사에서 죽자, 그의 강석을 이어 받아 남선

교선의 대장(大匠)이 되다. 이후 명찰을 유력하다가 숙종 45년에 죽다.

나이는 69. 법랍은 51. 저서로는 <문집> 2권.

명상음악 / 물에 비친 달 처럼


                          <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