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詩.茶詩모음

乞茗巢(걸명소)/다산정약용

highlake(孤雲) 2019. 1. 5. 16:50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중에 아암 혜장선사에게 차를 청하는 편지



나는 요즘 차만 탐식하는 버러지가 되어 약을 겸해 마신다네.
보내주신 육우의 다경 세권을 통달하고는 병든 큰 누에처럼

蘆同(노동)의 七碗茶(칠완다)를 들이킨다네.

비록 정기가 쇠약하여 기력이 부족하나 基母旻(기모민)의 말을 잊지 않았고

막힌 것을 삭이고 헌데가 낫도록 李贊皇(이찬황)의 차 마시는 버릇이 생겼네.

아! 아침 햇살 피어날 때,
흰구름이 맑은 하늘에 떴을 때,
늦잠에서 갓 깨어 났을 때,
명월이시냇물에 드리워졌을 때,
달이는 찻물이 윤택할진저......
차 맷둘에 차를 갈 때면 잔 옥구슬이 눈발처럼 휘날리네.

산골의 등잔불로써는 좋은 차 가리기 아득해도 자줏빛 어린 차순 향내 그윽하네.
불일어 새 샘물 길어다 집밖에서 차를 달이니 신령께 바치는 백포의 맛이 난다네.

꽃 청자 홍옥 다완을 쓰던 노공의 호사스러움 따를 길 없고
돌솥에 푸른 연기의 검소함은 한비자에 미치지 못하나
산에 나무하러도 못가는 쇠약한 몸이라 차를 얻고자 하는 뜻을 전하네.

듣건데 고해를 건너는데는 布施(보시)를 가장 중히 여긴다는데
차는 명산의 진액이며 풀중의영약으로 으뜸아닌가
목마르게 바라는 뜻을 헤아려 달빛같은 은혜 아끼지 말기 바라네.


                                <옮겨 온 글>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참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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