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오늘도 대안 대안 온천지가 이렇구나

highlake(孤雲) 2018. 1. 9. 10:15




1300년 전 신라시대 때 원효(元曉)란 대선사가 계셨다.

원효는 젊은 나이에 싸움터에 나가 싸우다가 동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마을이

파괴되는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

그는 삶의 무상함을 느껴 머리를 삭발하고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했다.

그는 경전도 읽고 계율도 잘 지켰지만, 여전히 불법의 진리를 깨달을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중국에 가면 자기를 깨우 치게 해 줄 선사를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고, 걸망을 메고 중국을 향에 길을 떠났다.

그는 하루종일 걷다가 밤에만 쉬는 도보 여행을 했다. 저녁 때 쯤 황야를
지나다가 나무도 자라고 물도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한밤중에 그는 몹시 갈증을 느껴 눈을 떴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 속 이었다. 그는 손으로 더듬어서 물을 찾아보았다.

손 끝에 바가지 같은 것 이 닿았다.

그는 그것을 끌어당겨 입으로 가져갔다.

어찌나 물맛이 좋던지!

그는 이런 선물을 주신 데 대해 부처님께 감사의 절을 몇 번이고 올렸다.

다음날 아침 원효는 깨어나서 간밤에 물을 마셨던 바가지를 보았다.

그 바가지는 썩어 문드러진 살점이 붙어 있는 사람의 깨진 해골이었으며

그 속에는 핏물이 고여 있었다.
무덤 속에는 징그러운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땅에 고인 더러운 빗물 위에도

벌레들이 둥둥 떠다녔다.

원효는 그 벌레를 보는 순간 마음이 확 열려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간밤에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그 물을 맛있게 마셨는데

아침에 보고 나서 구역질을 한 것이다.

순간 그는 생각이 선과 악을 만들고 삶과 죽음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이란 것이야말로 온 우주를 만든 조물주인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우주도, 부처도, 법도 없다. 모든 것은 하나고 이 하나는

공이다.

선사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원효는 이미 생과 사를 깨달았다.

더 이상 배울 게 뭐가 있나? 그래서 그는 오던 길을 돌아 다시 신라로 갔다.
20년이 흘렀다. 그 동안 원효는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큰스님이 되었다.

그는 임금이 신임받는 고문이었고 왕족과 명문귀족의 지도법사였다.
그가 설법을 하면 법회장소는 항상 초만원이었다.

당시 신라에는 아주 훌륭한 선사가 한 분 있었는데, 그는 수염이 덥수룩 하고

쪼글쪼글한 얼굴에 보잘것없는 행색을 하고다니는 작은 노승이었다.
그 선사는 맨발에 누더기를 걸치고 종을 울리며 마을을 다니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대안(大安), 대안, 대안은 생각하지 않는다. 대안은 이것을 좋아해. 대 안은

맘을 편하게 한다.


대안, 대안이라."

원효는 그의 소문을 듣고 하루는 선사가 사는 토굴로 찾아나섰다.

멀리서도 선사의 소리가 계곡에 은은하게 메이리쳐 들렸다.

토쿨에 도착한 원 효는 어린 사슴의 시체 앞에서 울고 앉아 있는 선사를 볼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열반의 세계는 행복한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즐거워해야 할 것도 슬퍼해야

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해탈한 사람이 행복해하거나 슬퍼할 수 있는가?


그는 잠자코 한참 서 있다가 왜 우느냐고 물었다. 
선사는 어미 사슴이 사냥꾼에게 잡혀 혼자 남은 애기 사슴 한 마리를 발

했다고 말했다. 애기 사슴이 몹시 굶주렸기 때문에 그는 마을로 내려가 젖을

구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동물에게 젖을 주겠다고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는 자기 아들에게 줄 젖을 달라고 구걸해 보았다.


 "중에게 아들이 있다니? 더러운 늙은이!"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씩 젖을 주는 사람이 간혹

있었다. 그는 어린 생명에게 식량이 될 만큼의 양을 구걸하며 한 달을 보냈다.


그런 추문이 점차 널리 퍼지자, 이젠 도우려는 사람조차 없게 되었다.

지금도 노승은 3일 동안 젖을 구걸하며 돌아 다니다가 오늘에야 조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막 돌아왔으나 그 애기 사슴은 이미 굶어죽은 후였다.

"자네는 몰라. 내 마음과 어린 사슴의 마음은 똑같아. 그 어린 것이 굶주렸어.

난 젖을 먹고 싶었단 말야. 젖을 말야. 그런데 이제 그 어린 것이 죽었어.

내 마음도 죽었어. 그래서 내가 우는 거야. 난 젖을 먹고 싶어."

원효는 그제서야 이 선사가 얼마나 위대한 보살인가를 알아차렸다.

모든 중생이 행복해야 그도 행복하고 모든 중생이 슬프면 그도 슬프다.


원효는 그에게 말했다.

"저를 가르쳐 주십시요."

그 선사가 말했다.  


"좋다. 나를 따라 오너라."

두 사람은 홍등가(紅燈街)로 걸어 갔다.

선사는 원효의 팔을 잡고 기생집 문 앞으로 데리고 갔다.

'대안, 대안'이라고 외치며 종을 흔들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문을 열었다.

"아, 원효 대사님!"

그 여인은 비명을 질렀다. 원효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여인도 얼굴이 빨개지고 두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그녀는 나라안에서 가장 유명하고 훌륭 한 스님이 자기를 찾아온 데에 대해

흐뭇하기도 하고, 겁도 났으며, 환희에 들떠서 두 사람을 이층으로 안내했다.

그 여인이 고기와 술을 손님에게 내오자 선사가 원효에게 말했다.

"20년 동안 자네는 왕과 왕족, 승려하고만 지내왔네.

중이 언제나 극락에서만 사는건 좋은 일이 못 되지.

지옥에도 가보고 그곳에서 욕심으로 고통을 당하는 중생들을 구해 주어야만

되는 거라네.

지옥도 이곳과 같아. 그러니 오늘 밤은 이 술을 마시고 지옥으로 가 보게."

"전 한번도 계율을 어겨 본 적이 없습니다."

"멋진 여행이 될 거야."


그러면서도 선사는 여인을 보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중에게 술을 주는 건 죄가 된다는 걸 모르느냐? 넌 지옥 가는 것이

지도 않느냐?"

여인이 말했다.  
"아닙니다. 원효 대사님이 오셔서 절 구해 주실 거예요."

선사가 말했다.  
"멋진 대답이군!"

원효는 그날 밤에 계율을 범하고야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호사스런 옷을 벗어 던지고 누더기를 걸친 채 맨발로 거리를

쏘다니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렇게 소리쳤다.

"대안, 대안, 대안! 온 천지가 이렇구나! 너는 대체 무엇이냐?" 

숭산스님의 가르침 한토막을 올려보았습니다

오늘도 일체 중생들이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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