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자의 종이비행기

highlake(孤雲) 2017. 2. 1. 11:08


설날 아침 손자녀석이 지 아빠따라 할배.할매한테 세배를 한다.

"건강하고 공부 잘 하거라" 덕담을 하고 세뱃돈을 주고는

"이 다음에 대학 갈 때 학비해야 하니  저금 해야 한다" 대답이 없다.

아니 요 녀석 봐라. 지가 알아서 쓸 요량인가? 허허

차례를 모시는데 제법 장손답게 의젓하게 술잔도 올리고 절도

야무지게 예쁘게 잘 한다.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서 마땅한 놀이가 없으니 애가 몸부림을 친다.

밖으로 나가기는 춥고 TV앞에 앉아 있는 놈을 보다가, 옛날에 내가

어릴 때 놀던 놀이를 생각해 보았다. 그 때는 기껏 연날리기,팽이

치기등 요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놀이를 했었다.


연은 준비가 안되기도 했지만, 아파트에서 연을 날리기는 안 맞고

그래서 연 대신에 종이비행기를 접어 베란다에서 날리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아 손자를 불러 종이비행기를 날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연구를 하고 궁리끝에 가까스로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베란다에서 호기롭게 밖으로 날렸다.



아니 이럴 수가!!

종이 비행기가 기류를 타고 날아다니는데 마치 황조롱이가 하늘에서

기류를 타고 즐기는(?)것 처럼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잘 날아 다닌다.


아파트가 높기도 하고 아랫마을에 주택가를 맴돌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니 애들 뿐 아니고 어른들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윤아 앞으로 커서 공부 많이해서 실제로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온 세계를 다니면 좋을 것 같지?  그 때 할배도 좀 태워주렴

그 때는 아마 할배가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을테니 비행기에 타기도

훨씬 쉬울거야"


의아해 하는 손자녀석에게 "니가 어른이 될 때까지 할배가

살아있지는 못할거고, 그 때는 하늘나라에 가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 해주고  거의 강제로 약속하고, 도장찍고, 사인까지 했다.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저들 외가로 다 떠나가고,

허전한 마음으로 할배,할매만 남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벌써 보고픈데 얼마나 기다려야 또 보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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