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六十不種樹)"고 말한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을 했다.
감자(柑子)열매를 선물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그는 10년 뒤 감자 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황흠(黃欽)이 80세에 고향에 물러나 지낼 때 종을 시켜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 사람들이 웃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답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홍언필(洪彦弼)의 아내가 평양에 세번 갔다.
어려서 평양 감사였던 아버지 송질(宋軼)을 따라갔고,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세 번째는 아들 홍섬(洪暹)을 따라갔다.
아내가 처음 갔을 때 장난삼아 감영에 배를 심었고,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재목으로 베어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피담(宋泉筆談)'에 나온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고 그럭저럭 살며 죽을 날만 기다린다.
100세 시대에 이런 조로(早老)는 좀 너무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 옮겨 온 글 >
출처/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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