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즉 이렇다.
사람이 식견이 없어 고금의 이치에 무지해, 되는대로 처신하고
편한 대로 움직이면 멀끔하게 잘 차려입어도 마소와 다를 것이 없다.
염치를 모르는 인간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개돼지에게 갓 씌우고 옷 해 입힌 꼴이다.
염치를 모르면 못 하는 짓이 없다.
앉을 자리 안 앉을 자리를 가릴 줄 모르게 된다.
아무 데서나 꼬리를 흔들고, 어디에나 주둥이를 박아댄다.
'언행휘찬(言行彙纂)'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대부가 벼슬을 탐하지 않고 돈을 아끼지 않더라도, 경제에 보탬이
되어 사람에게 혜택이 미치는 바가 하나도 없다면,
마침내 하늘이 성현을 낸 뜻은 아니다.
대개 제 몸을 깨끗이 지니고 몸을 잘 닦는 것은 덕(德)이다.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공(功)이다.
덕만 있고 공은 없다면 되겠는가?
"士大夫不貪官, 不愛錢, 一無所利濟以及人, 畢竟非天生聖賢之意.
蓋潔己好修, 德也; 濟人利物, 功也. 有德而無功, 可乎"
제 몸가짐이 제아무리 반듯해도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없다면 그것조차
쓸모없다고 했다. 그것은 무능한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벼슬 욕심은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고 재물의 이익도 놓칠 수가 없다.
자리만 차고앉아 세상에는 보탬이 안 되고 제게 보탬이 될 궁리만 한다.
남송 때 오불(吳芾)이 말했다.
"백성에게 죄를 얻느니, 차라리 상관에게 죄를 얻겠다
與其得罪於百姓, 不如得罪於上官."
이형(李衡)은
"벼슬에 나아가 임금을 저버리느니, 물러나 도에 합당하게 사는 것이 낫다
與其進而負於君, 不若退而合於道."
같은 말을 다르게 했다. 위정자들에게 이런 처신, 이런 몸가짐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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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편집하여 옮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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