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주의를 이끌었던 미술가 움베르토 보치오니 (Umberto Boccioni·1882~1916)가 달리는 축구 선수를 그렸다. 색종이를 구겨 뭉쳐 놓은 것 같은 화면에 도대체 축구 선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화면 가운데를 잘 보면 건장한 종아리와 그 아래로 이어진 발뒤꿈치가 보인다. 이 부분이 왼쪽 다리인데, 왼쪽 다리를 찾고 나면 질주하며 땅을 박차는 오른 다리가 보이고, 상체가 있어야 할 부근에서 과연 뾰족하게 구부린 팔꿈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보치오니는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인물,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역동적인 에너지, 선수의 발밑에서 출렁이는 운동장, 그에게 쏟아지는 조명과 우렁찬 관객들의 함성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를 분할하고 윤곽선을 파괴해 날카롭게 재구성하는 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