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 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가다 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 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 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 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