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木之肅殺者,霜也,然肅殺所以收斂也,物豈能長旺哉.
故非惟草木之有霜,人亦有之.癘疫編氓之霜也,
鞫獄搢紳之霜也,凶荒半國之霜也,兵燹擧國之霜也.
人之有霜,匪惟收斂,天以警威之也,驕溢者,速之.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은 서리다.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은 거두어 들이려는 것이다.
사물이 어찌언제나 왕성할 수만 있겠는가.
그런까닭에 초목에만 서리가 있지 않고 사람에게도 있다.
전염병은 일반 백성에게 내리는 서리이다.
옥사로 국문하는 것은 사대부의 서리이다.
흉년은 나라 절반에 해당하는 서리이고,
전쟁은 온 나라에 내린 서리이다.
사람에게 서리가 있음은 거두어 들이려는 것일 뿐 아니라
하늘이 경고하여 위엄을 보이는 것인데,
교만하고 방종한 자는 이를 재촉한다.
- 청성잡기(淸城雜記) - 성대중(成大中.1732~1809)
푸른 잎에 서리가 내려 단풍이 된다. 뻗쳐오르던 기운을 거두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날이 꽃 시절이요 단풍철일 수는 없다.
인간에게 내리는 서리는 그간 너무 지나쳤으니 낮추고 돌아보라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하지만 교만하고 방종한 사람들은 이 소리를 무시한다.
여전히 오뉴월로 알고 설치다가 하루아침 된서리에 준비없이 얼어 죽는다.
출처/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중에서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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