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임술 가을, 칠월 보름 지나(壬戌之秋, 七月旣望)…”로 시작하는 유명한 글이 있다. 북송(北宋)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다. 물처럼 흐르는 인생의 무상함을 우선 읊고, 그 속에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등을 함께 살폈다.위의 ‘기망(旣望)’은 보름에서 하루가 지난 날, 즉 음력 열엿새를 가리킨다. 보름은 망일(望日)로도 적는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자 세계에서는 음력 매달 15일이 ‘망(望)’이라는 글자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초기 꼴은 사람이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가 곧 달을 가리키는 월(月)이라는 글자 요소가 붙는다. 그로써 이 글자는 어느덧 달이 가득 차는 보름, 더 나아가 고개 들어 무언가를 살펴보는 행위라는 뜻을 얻는다. 홍진(紅塵)이 가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