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초혼(招魂)

highlake(孤雲) 2025. 3. 15. 14:15

초혼(招魂)

        -김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이름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초혼(招魂)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魂)을 소리쳐 부르는 것을 말한다.

소월이 사랑하는 이(오순)를 떠나 보낸 비탄과 절망감을 격정적인 어조로

절절하게 표현한 시(詩)이다.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결에 던진 먼지  (0) 2025.02.22
용서를 위한 기도 - 이해인  (0) 2025.02.09
아버지의 마음  (0) 2025.02.05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고 할 때..  (0) 2025.02.04
인생  (0)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