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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不苟)와 중례(中禮)

highlake(孤雲) 2022. 4. 14. 12:43

공자가 말한 예(禮)는 예법이나 에티켓이 아니라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기(禮記)’라는 책에서 예란 치사(治事), 즉 일을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예를 예법이나 에티켓 정도로 축소시킨 사람은 주희이고,

그 악영향이 조선 중후기 300년을 지배했다.

 

공자는 일의 이치를 어기는 것을 ‘구차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례(中禮), 즉 일의 이치에 적중한다는 말은 불구(不苟)가 된다.

불구란 구차하지 않다는 뜻이다.

구차함을 필자는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어떻게든 하려 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공자는 일의 이치를 어기는 것을 ‘구차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례(中禮), 즉 일의 이치에 적중한다는 말은 불구(不苟)가 된다.

불구란 구차하지 않다는 뜻이다.

구차함을 필자는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어떻게든 하려 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순자’에 불구(不苟)라는 별도의 편이 있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구차함을 일삼는 소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인은 마음이 크면 오만 포악하고 마음이 작으면 비뚤어지게 행동한다.

똑똑하면 남의 것을 빼앗고 도둑질하고 사기를 치고,

어리석으면 남을 해치고 문란한 행동을 한다.

벼슬자리에 오르면 각박하고도 교만하며,

등용되지 못하면 남을 원망하고 음험한 짓을 한다.

기쁠 때는 경박하게 날뛰고 근심할 때는 좌절하고 두려워한다.

뜻대로 일이 풀리면 교만하면서 편벽되고 곤경에 처하면 자포자기해 못난 짓을 한다.

옛말에 ‘군자는 어떤 경우에나 나아가지만 소인은 어떤 경우에나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했으니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이한우의 간신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