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부(秋聲賦)’라는 제목의 이 글 속에서 그에게 가을은 우선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로 다가온다.
아울러 조용하며 빠르게 행군하는 군사들로써 드러내는 숙살(肅殺)의 분위기다.
가을은 그렇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북반구에 가을이 오면
식생(植生)은 차츰 말라가다가 잎을 떨군다.
겨울을 견디기 위한 식물 나름의 생존 대응이다.
그런 식물의 조락(凋落)을 부추기는 가을바람은 ‘쓸쓸’하다.
큰 거문고 슬(瑟)은 “쓰윽~ 쓱” 소리를 낸다.
그 둘을 합친 ‘슬슬’이 우리말 ‘쓸쓸’로 변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가을바람의 형용에 잘 등장한다.
소슬바람의 ‘소슬(蕭瑟)’도 같은 맥락이다.
메마른 잎과 가지를 스치는 으스스한 가을바람의 의성(擬聲)이다.
가을바람의 별칭은 더 있다.
방위로 표현하는 서풍(西風),
깎고 잘라낸다는 오행상의 쇠붙이 바람 금풍(金風),
쌀쌀하고 차갑다는 의미에서 처풍(凄風)이다.
곧 한 해가 저문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비풍(悲風)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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