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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성

highlake(孤雲) 2020. 9. 17. 12:42

17년 전 닥쳤던 태풍 매미를 소환한 건 최근 연이어 온

태풍 바비·마이삭·하이선이었다.

매미급 태풍이란 뉴스에서다.

기자는 앞서 한 달 전쯤 ‘어린이 조선일보’에서 태풍 매미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매미성(城). 사진으로 보니 유럽의 고성(古城) 같았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이 성은 높이 12m, 둘레 150m에

전망대와 꽃밭도 갖추고 있다.

한 남자가 2003년 10월부터 한 개에 30~60㎏짜리 네모난 돌

2만여개를 쌓아올린 결과물이다.

설계도 한 장 없이 17년 동안 쌓은 성이라니 입이 쩍 벌어질 만하다.

 

백순삼(66)씨. 매미성의 성주다.

아니 정확히 매미성을 쌓은 노동자이다.

매미성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에만 40만명이 찾았다.

그런데도 입장료, 주차료가 모두 공짜다.

백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이런 일을 하시나요?”

 

매미성 이름에 실마리가 있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사망·실종자 131명, 재산 피해 4조원을 남겼다.

대우조선소를 다니던 백씨는 ‘은퇴 후’까지 염두에 두고

지금 매미성 자리의 텃밭 1800㎡(약 600평)를 사들여 주말마다

고구마, 깨, 콩 등을 키웠는데 태풍으로 형체도 없이 잃어버렸다.

정부 보상금이라도 신청하려 했지만 당시 피해가 워낙 심각해 개인들은 꿈도 못 꿨다.

그때 백씨는 이런 생각을 했다.

 

“다음엔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에서 요약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