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寫經)

이 몸은 夢幻泡影과 같다.

highlake(孤雲) 2020. 11. 6. 11:52

유마경에 이릅니다.

벗들이여,

이 몸은 실로 무상하며 견고하지 아니하고 의지할 것이 못되며,

가냘프고 알맹이가 없으며,

허물어지는 것이고 오래가지 못하며,

고통이며,

병 덩어리며,

변화하는 성질(無常)을 지닌 것이다.

벗들이여,

이 몸은 따로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거품이 뒤엉킨 것과 같다.

몸은 오래 견디지를 못하니 물방울 같고,

번뇌로 가득한 애욕에서 생긴 것이니 아지랑이 같다.

이 몸에는 심지가 없으니 파초 둥치 같으며,

뼈와 근육이 결합되어 이루어졌으니 마치 기계장치 같다.

이 몸은 마음의 뒤바뀜에서 생겼으니 허깨비 같고,

바른 모습이 드러나지 않으니 꿈결 같다.

이 몸은 과거생의 행위를 반영하여 나타났으니 그림자 같으며,

인연에 의하여 출현했으니 메아리 같다.

이 몸은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를 닮았으니 뜬 구름 같고,

한 순간만 존재할 뿐 결코 오래 머물지 않음은 번쩍이는 번갯불 같다.

갖가지 인연이 모여 생겨난 것이니 이 몸을 지배하는 주체란 있을 수 없다.

이 몸은 흙 같아서 제 뜻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이 몸은 물 같아서 나라는 실체가 없다.

몸은 불같아서 정해진 수명이 없다.

이 몸은 바람 같아서 나(個我)라고 할 것도 없다.

이 몸은 허공 같아서 자성(自性)이 없다.

이 몸은 네 가지 원소로 집을 삼지만 그렇다고 실재하지는 않는다.

이 몸은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고 오로지 공(空)일 뿐이다.

이 몸은 풀잎이나 나무나 담 벽이나 기왓장이며,

병든 눈에 비친 그림자 같아서 아무런 감각도 없다.

이 몸은 풍차 같아서 저 스스로의 느낌이란 없다.

이 몸은 아무리 자주 씻고 닦아도 결국 스러져 흩어지고 마는 허망한 것이다.

이 몸은 404가지 병으로 신음한다.

이 몸은 한시도 쉬지 않고 늙음의 지배를 받고 있나니 마치 오래 된 우물 같다.

이 몸은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하나니 결코 오래 존속하지 않는다.

이 몸은 마치 다섯 사람의 사형집행인이요,

독을 가진 뱀이요, 텅 빈 마을 같다.

그대들은 마땅히 이러한 몸을 멀리하는 대신 여래의 몸을 간절히 믿고 따르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