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또 감사 / 김복수
얼마나 싫었으면 암적인 존재라는 말이 있을까
그 암이 내게로 찾아온 지도 석달 모자란 이 년이 되었다
그동안 내쉰 한숨은 산을 타고 넘었을까?
흘린 눈물은 도랑 되어 흘렀을까?
염려와 기도는 하느님 귀에 들렸을까?
걱정 하나가 고개를 숙이면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들고
물은 건너보아야 깊이를 알고
오이는 꼭지를 씹어보아야 쓴맛을 안다고
명색이 가장인 내가 이름뿐인 내가
산송장처럼 눈만 뜨고 있는데
농사일을 모르던 마누라
경운기 몰고 예취기 짊어지고
그래도 소식 주어 고맙고 찾아주어 고맙고
내 몸처럼 기도해주어 고맙고
볼 수 있는 사람 곁에 있어 고맙다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병아리처럼
오늘도 하늘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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