疎林黃葉
烟沉雲晦 黃葉亂下 雨細風斜 碧沼微瀾 時物蕭條 意想繁華
연침운회 황엽난하 우세풍사 벽소미란 시물소조 의상번화
안개는 자욱하고 구름은 어두운데 누런 잎이 어지러이 진다.
가랑비에 바람이 빗겨 불자 푸른 못에 잔 물결이 인다.
계절의사물은 쓸쓸해도 생각만은 번화하다.
눈앞의 풍광은 쓸쓸한데 마음속 생각은 번화하다.
葉染深霜 靑減分數 亦有品格之別 紅葉以貴遊美女
엽염심상 청감분수 역유품격지별 홍엽이귀유미녀
黃葉如高僧曠士 極意濃處 却極意淡
황엽여고승광사 극의농처 각극의담
짙은 서리에 잎이 물들어 푸른빛이 자꾸 줄어드는데
여기에도 또한 품격위 차이가 있다.
붉은 잎은 신분 높은 미녀와 비슷하고,
누런 잎은 고승이나 마음이 시원스러운 선비와 같다.
뜻이 몹시 진한 곳과 뜻이 담백한 곳이 있다.
붉은 단풍잎은 도도한 미녀 같고 누런잎은 법력 높은
고승이나 뜻 높은 선비 같다.
疎林黃葉四字 一念到令人雖極地繁華者 忽不覺寥然淸寂
소림황엽사자 일념도령인수극지번화자 홀불각요연청적
是四字足爲曠요之神符與
시사자족위광요지신부여
소림황엽이란 네 글자는 한번 생각만 해도 비록 지극한
처지의 번화한 사람조차도 문득 저도 모르게 쓸쓸해져서
맑고 고요하게 만든다. 이 네글자야말로 번잡함을 틔어주는
신령스러운 부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소림은 성근 가지만 남은 숲이다.
황엽은 그 아래 떨어진 누런 잎이다.
여린 신록이 짙은 초록을 거쳐 붉고 누런 잎으로 땅에 진다.
번화하던 시절은 전생에 꾼 꿈 같다. 꽃 시절이 좋아도 사람은
안에 소림황엽의 풍경을 지녀야 세속의 번잡함을 걷어 낼 수 있다.
출처/조선일보 정민의 세설신어중에서 옮김
'정민의世說新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산오계(遊山五戒)/정민 (0) | 2016.04.07 |
---|---|
기심화심(機深禍深) (0) | 2015.12.07 |
세사상반(世事相反) (0) | 2015.11.11 |
군자사요(君子四要) (0) | 2015.10.14 |
삼환사실(三患四失) (0) | 2015.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