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가면서 뒤 돌아 보지 않는다' 책에서
일부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며칠전 배우 김혜자씨와 하께 차를 마시던 중 그녀가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경험한 일을 들려주었다.
십 년이 넘는 내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국민의 절반이 난민으로
전락한 그 나라에 김혜자는 의료봉사팀과 함께 도착했다.
그리고 어느 움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 쓰러져 가는 흙집 안에 한 흑인 여성이 고통으로 신음하며 누워 있었다.
의사가 그녀의 몸을 눌러보니, 누르는 자리마다 역겨운 고름이 흘러나왔다.
"사람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숨을 쉬고
있는 것이 기적으로 여겨졌다.
의사와 김혜자는 몇 시간에 걸쳐 소독약으로 그녀의 몸을 닦고 고름을
제거해 주었다. 다 마쳤을 때 삼십 대 중반의 그녀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마치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한 번도 누군가로 부터 사랑 받지 못했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보살펴 줄 누군가의 손길이 나타나기를 엉망진창인
몸을 다 닦아 주었을 때 그 여인은 뜻밖에도 평화롭게 미소를 지었고,
처음의 괴로웠던 얼굴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 있었다.
몸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얼굴에는 빛이 났다. 마지막 눈을 감기
전에 여인은 김혜자와 의사를 보며 이렇게 말 했다고 한다.
이제 행복하다고.
짧은 생을 고통으로만 보냈으나 한 번의 따뜻한 손길로 행복을 마음에
품고 떠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김혜자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그사람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으며,
그사람은 그 느낌을 간직하고 떠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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