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단풍 너를 보니

highlake(孤雲) 2023. 11. 12. 15:29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 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가다 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 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 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 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2) 2023.11.23
가을 꽃  (0) 2023.11.13
입동  (0) 2023.11.08
와서는 가고  (0) 2023.11.07
떨어져 버린 낙엽  (0)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