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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아침산책

highlake(孤雲) 2021. 10. 3. 11:36

산책과 걷기는 머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것들을 훌훌 털어내고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준다.

그것이 아침 산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숲속의 아침 산책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도 무거워진다. 몸이 무거워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으면 금세 우울감이

차오르고 다시 머리까지 무거워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그럴 땐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서 머릿속을 한 번 비워내야 한다.

장을 비우려면 장운동이 필요하듯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는 뇌 운동이 필요하다.

뇌를 운동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이다.

 

산책과 걷기가 바로 그것이다.

걷기는 우리 몸속의 200여 개의 뼈와 또 600개 이상의 근육을 일제히 움직이게 하는 전신운동이다.

뼈와 근육이 움직이면 몸속 장기들도 활동성을 얻게 되고, 뇌도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뇌가 활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면 고여 있던 생각과 고민이 옅어지고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생각도 물건처럼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직립보행이다.

똑바로 서서 두 발로 걷는 행위가 인간을 사유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유명한 학자나 작가 중에도 걷기와 산책을 즐기고 예찬하는 이가 많았다.

자신을 스스로 ‘걷는 자’라 칭했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나는 걸을 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들과 학교 주변의 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가르치는 걸 좋아했고,

그 때문에 소요학파(逍遙學派)라고 불리게 된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즐겼는데, 그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에서 나온다.’라고 했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루를 축복 속에 보내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걸어라.’라고 말했다.

 

영국 속담에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어떤 좋은 약이나 좋은 음식보다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라는 얘기다.

건강을 소망한다면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

 

걷기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지금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 축복과 감사를 맘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우리에게 있다.

가끔 게으름이 발목을 잡는다면 영국의 역사가 G. M. 트레벨리안의 말을 되새겨 보자.

‘나에겐 두 명의 주치의가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다.’

             <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