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多禪一如

highlake(孤雲) 2018. 8. 13. 10:37


보조 지눌(普照 知訥)스님은 [수심결(修心訣)]에서 다음과 같이 설한다.

"슬프다. 요즈음 사람들은 너무 영리하여 자기 마음이 참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자기 성품이 참법인 줄을 모른다.
법을 저 멀리 성인들한테서만 구하려 하고 부처를 찾고자 하면서도 자기 마음은 살피지 않는다.
만약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 밖에 법이 있다고 고집하면서 불법을 구한다면,
이런 사람은 억만년을 지나도록 온갖 고행을 쌓는다 할지라도 아무 보람도 없이 수고로울 뿐이다.
자기 마음을 알면 끝없는 법문(法門)과 한량없는 진리를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맑고 고요한 호수 위에, 하늘을 나는 흰 구름이 그대로 비치고 호숫가의 나무와 꽃이 굴절없이 비치듯,
우리의 마음이 맑고 고요해져야 우리 마음의 참모습과 모든 존재의 실상이 있는 그대로 비칠 것이다.

불교에서의 선(禪)은 바로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는 수행법이라고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차 마시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는 수행으로 인식해 왔다.
그리하여 ‘다선일미’(茶禪一味) 라든가 ‘선다일여’(禪茶一如)라는 말도 나타나게 된다.
불가(佛家)에서는 다례(茶禮)를 봉행할 때에 흔히 다게(茶偈)를 읊었는데,
지금도 새벽예불을 올릴 때에 부처님 전에 차나 청수(淸水)를 올리고 다음과 같은 다게를 송한다.

我今淸淨水 / 제가 이제 맑고 깨끗한 물로
變爲甘露茶 / 감로의 차를 만들어
奉獻三寶前 / 삼보님 전에 받들어 올리나니
願垂哀納受 / 원하옵건대 자비로이 받아 주소서
 
감로(amrta)란 원래 ‘불사(不死)'의 뜻으로 천인(天人)들이 먹는 달콤한 ‘천주(天酒)'라고 한다.
천인들이 이 감로를 먹으면 수명이 길고 몸은 편안해지며 힘은 세어지고 몸은 빛나게 된다.
그래서 이 감로는 ‘불사약(不死藥)'이라고도 불리운다.

여기에서 연유하여 중생의 모든 고통을 씻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감로법(甘露法)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 감로의 차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해탈과 열반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구한말의 이낭산(李郎山)은 마치 위의 다게에 대해 응답이라도 하듯 다음의 다시(茶詩)를 남기고 있다.

香初老佛微微笑 / 차의 첫 향기에 노불은 잔잔히 미소짓고
鍾後靑山聽 / 종소리 울린 후 청산은 묵묵히 귀기울이네.
[崔凡述, (韓國의 茶道)에서 재인용]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수행자들이 차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차는 도반과 정담이나 법담을 나누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매개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늙고 병들어 사립을 닫고 산 지 십년
산 골짝 하도 깊어 찾는 이 드문데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마음이 끌리더니
흰 구름 깊은 곳에 중 하나 찾아오네.

[石鼎, (내가 애송하는 禪偈)]


이것은 청허(淸虛)선사의 시인데, 우리는 여기서 암자를 찾아온 스님과 선사가 만난 후,

차를 함께 나누게 되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짐작하게 된다.
특히 청허선사는 혼자서도 차를 즐겨 마셨고 마침내 다선일여의 경지에 드신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의 ‘다시(茶詩)’는 그것을 증명해 준다.

소나무에 솔바람 불고 전나무에 비 올 때
동병에 끓는 물을 죽로에 옮겨라
저 소리와 듣는 내가 함께 고요해지면
한 잔의 춘설 맛을 제호에 비기랴
[石鼎, (내가 애송하는 禪偈)]

주관과 객관이 끊어진 무분별지(無分別智)의 경지에서 춘설차를 음미하는 것은 그대로

선(禪)의 경지라 해도 좋을 것이다.

완당(阮堂) 선생의 다음 게송도 다선일여의 세계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靜坐處     / 조용히 앉은 자리

茶半香初  / 차는 반쯤 비웠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

妙用時     / 마음이 미묘하게 움직일때

水流花開  /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네.

혼자서 마시는 차는 본래의 자기와 통하고 우주와 통한다.

그래서 [다신전(茶神傳)]에서는 여럿이 마시는 차는 소란스러워 아취(雅趣)가 줄어든다고 하면서,

차는 혼자 마실 때 신령(神)스럽다고 하였을 것이다.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