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지보(無口之輔)
성호 이익 선생은 '경명(鏡銘)'에서
面有汗 人或不告 以故鏡不言 寫影以示咎
無口之輔.勝似有口 有心之察 豈若無心之皆露
'얼굴에 때 묻어도 사람은 혹 말 안 하지.
그래서 거울은 말없이 모습 비춰 허물을 보여 준다네.
입 없는 보좌관과 한 가지거니, 입 있는 사람보다 한결
낫구나.
마음 두어 살핌이 무심히 다 드러냄만 어이 같으리.
내가 잘못해도 옆에서 잘 지적하지 못한다.
가까우면 가까워 말 못 하고, 어려우면 어려워 입을 다문다.
잘못은 바로잡히지 않은채 몸집을 불리다가 뒤늦게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늦어 소용이 없다.
얼굴에 묻은 때처럼 알기 쉬운 것이 없지만 남들이 얘기를
안 해주면 나는 잘 모른다.
곁에 거울이 있으면 굳이 남의 눈에 기댈일이 없다.
내가 내 모습을 직접 비춰보고 수시로 점검하면 된다.
그래서 성호는거울을 무구지보(無口之輔),즉 입 없는 보좌관
이라고 명명했다.
얼굴에 묻은 때는 거울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마음에 앉은 허물은 어떤
거울에 비춰야 하나.
종이 거울 즉 책에 비춰살피면 된다.
주나라 무왕(武王)은 '경명(鏡銘)'에서
以鏡自照 見形容 以人自照 知吉凶
거울에 비추어 모습을 보고 사람에 비추어 길흉을 아네.라 했다.
이것은 또 사람 거울 이야기다.
어느 거울에든 자주 비춰 밝게 봐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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