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부처는 집에 있다(어머니)

highlake(孤雲) 2025. 1. 26. 12:29

어느 날 문득 청년 양보(楊補)는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부처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는 것일까?’

 

소년은 자신도 부처가 되고 싶었다.

마침 천리 너머 사천성 깊은 산에 부처의 경지에 오른 무제보살(無除菩薩)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양보는 보자기를 펴서 짐을 꾸렸다.

무제보살을 만나면 자신도 부처가 될 것이고, 일찍이 스님이 되기를 바랐던

머니의 꿈도 자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믿었다.

양보의 어머니는 양보가 부처가 되려고 집을 나선다는 말을 듣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이제야 네가 어미의 소망을 이루어 주려고 하는구나. 아들아, 고맙다.”

 

“부처가 되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어머니는 허리춤에서 삯바느질로 모은 동전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그 돈이면 무제보살이 머물고 있다는 천리 너머의 사천성까지 갈 수 있는 비용이었다.

양보는 보자기를 둘러메고 길을 떠났다.

 

양보는 쉬지 않고 무제보살이 사는 사천성을 향해서 걸었다.

목이 마르면 개울물에 목을 적셨고 해가 지면 주막에 들어 잠을 청했다.

가도 가도 사천성은 멀었다. 양보는 발바닥이 아파서 처음으로 찻집에 들렀다.

찻집에는 길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주인은 그곳에서만 평생 찻집을 해온 사람이었다.

주인이 양보에게 넌지시 물었다.

 

“젊은이. 어디로 가는가?”

“사천성에 계시는 무제보살님을 뵈러 갑니다.”

“그 먼 길을 간다는 것인가?”

“보살의 제자가 되어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그제야 찻집 주인은 양보가 아직 철부지라는 것을 알았다.

 

“부처가 되어 무엇 하려고.”

양보는 대답을 못했다. 찻집 주인이 훈계하듯 말했다.

“부처가 되려면 부처를 만나야지, 왜 보살을 만나려고 하는가?”

“무제보살님은 부처의 경지에 오른 분이 아닌가요.”

찻집 주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왜 천리 먼 길을 가려는가 말이네. 부처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양보는 벼락을 맞은 듯 놀랐다.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리며 일어섰다.

찻잔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면서 깨졌다.

 

“부처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십시오.”

“지금 어서 자네 집으로 가게.

가서 보면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달려 나와 자네를 맞이하는 사람이 있을 걸세.

그분이 바로 자네가 찾던 부처이네.”

 

양보는 부지런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집에는 며칠 후 한밤중에야 도착했다.

보는 문밖에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과연 찻집 주인 말대로 그의 집에서는 신발을 거꾸로 신은 사람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양보의 어머니였다.

 

이후 양보는 어머니를 부처로 알고 집을 절 삼아 수행했다.

훗날 양보는 사람들에게 ‘부처는 집안에 있다(佛在家中)’이란 말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의 아내와 자식까지도 그가 진정으로 섬겨야 할부처라는 것을 깨달았다.

 

출처 : 정찬주의 불교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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