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엔 따사로운 햇빛만 내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닥치기 십상이고 온갖 변수가 등장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넓고 편한 길에 오르고자 한다.
작은 길보다는 큰 길, 구불구불한 길보다는 곧은 길이 훨씬 안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길을 향한 그런 욕망은 한자 세계에서 제법 뚜렷하다.
우선 탄로(坦路)다.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준말이다.
아울러 평탄(平坦), 순탄(順坦)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길 위의 연상은 ‘통달(通達)’이라는 철학적
사유와도 이어진다.
평안한 세월을 가리키는 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의 ‘강구’는 크고
넓은 길의 통칭이다. 강장(康莊)도 그렇다.
서쪽 옛 변경의 관문이었던 양관(陽關)으로 향하는 길,
양관대도(陽關大道)는 중국에서 곧고 넓은 길의 대명사다.
그 반대말도 많다.
지면의 굴곡이 많아 험한 길이 기구(崎嶇)다.
산길처럼 다니기 고단한 길은 험준(險峻)이나 험조(險阻)라고 적는다.
굽이가 많아 에돌아가거나 통행이 까다로운 길의 상황은
우회(迂回)와 곡절(曲折)이다.
평평한 길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구덩이가 팬 곳이 많다.
중국에서는 그 구덩이를 감가(坎坷)라고 곧잘 표현한다.
아예 함정(陷穽)으로 적기도 하고, 혹은 요철(凹凸)로도 부른다.
요즘 중국 매체들이 잘 쓰는 말은 ‘갱(坑)’이다.
구덩이를 일컫는데, 단어로는 광산의 갱도(坑道)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성어로는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땅에 산 채로 묻었다는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친숙하다.
이제는 아예 유무형의 함정을 파서 사기를 치거나 해코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언뜻 평탄해 보이는 중국의 길에는 이런 ‘구덩이’가 참 많다.
전제주의 정권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생긴 윤리의식의 위축은
그를 더 심화했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대륙에 들어선 길은 늘 만만찮다.
신중하게 나서야 할 중국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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