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가을 바람/이해인

highlake(孤雲) 2020. 10. 6. 15:09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갚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스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기도는 깊어가네

 

- 내 나이 늦가을 쯤 되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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