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 김한규
그것은 끝없는 내 안의 담금질
꽃은 질 때 더 아름답다는
순종의 미처럼
곧 떨어질 듯 아름다운 자태를 놓지 않는 노을은
구름에 몸을 살짝 숨겼을 때 더 아름다워
비 내리는 날에도 한 번도
구름을 탓하는 법이 없다.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
그것은 끝없이 내 안의 샘물을 길어 올려
우리들의 갈라진 손마디에 수분이 되어주는 일
빈 두레박은 소리나지 않게 내려
내 안의 꿈틀거리는 불씨를
조용히 피워내는 불쏘시개가 되는 일.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잘라내는 일
혈관의 동파에도 안으로 조용히 수습하여
갈라진 우리들의 마른 강물에
봄비가 되어주는 일.
그리하여 너 혹은
나의 처진 어깨를 펴 주고
가끔은 나를 버려 우리를 사랑하는 일이다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 가는 일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날들이
다만 슬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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