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 모음

꽃의 설법

highlake(孤雲) 2018. 1. 31. 10:28


꽃의 설법



어린왕자를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와서 사막을 가로질러 가다가 꽃 한 송이를 만납니다.


어린왕자가 "사람들은 어디에 있니?"라고 묻자, 꽃이 대답합니다.


"사람들이라고? 몇 해 전에 그들을 본 적이 있어.하지만 어디로 가면 찾을

있을지는 몰라.그들은 바람에 불려 다니지. 뿌리가 없거든. 그래서 아마

곤란을 많이 겪을 거야."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생각하기론 우리는 두 다리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좋고,
식물들은 한 곳에 꼼짝 못하고 서 있어야 하니까 답답하고, 힘들고 그럴 거

같은데 지금 저 꽃은 오히려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 바람에 불려 다닌다는 말.. 뿌리가 없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우리 불가에서 얘기하는 여덟가지 바람(八風)과 너무나도 흡사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수양버들 가지를 흔드는 바람처럼, 중생들 마음을 흔들어대는 바람.
이롭다 손해다, 수치스럽다 명예롭다, 칭찬이다 질책이다, 괴롭다 즐겁다..


이런 바람들이 불어오면 이리저리 휩쓸리고 요동치는 우리네 마음들.
꽃이 지적한 게 바로 이런 마음들이나 아닐런지요..



바람이 부는대로 정신없이 흔들리다보면 문득문득 엄습해오는 불안..
그것은 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돌아갈 본래 자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본래자리.. 그 자리를 모른다는 것은 고향 잃은 나그네요, 집 나온 아이입니다.
마음의 본래자리.. 그것은 우리네 마음의 뿌리입니다.

경전은 뿌리를 보는 것이요, 수행은 뿌리를 기르는 것입니다.
확실히 보고 튼실하게 기를 때, 그 뿌리는 우리를 확고하게 잡아 줄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와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흔들려도 괴롭지 않을 것입니다.


거 참, 바람 한 번 시원타!
  

 

                                   <옮겨 온 글>



출처/불교인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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