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수녀

highlake(孤雲) 2017. 12. 15. 10:21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수녀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군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 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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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 서양화가 정일 화백, 그리움
- 曲 / Jan Werner Danielsen / In Our Tears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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