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차하게 침대에 누워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
몇 해 전 보건복지 분야의 고위 정책 책임자가 정부 공식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노후에 개인적 소망을 묻는 사회자의 마무리 질문에
편하게 답한 것인데 쉽게 잊히지 않는다.
평소 50대 중반 이후 또래 모임에 나가 대화할 때면 어김없이 이런 말을
접했던 것 같다. 그런데 ‘구차하게’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맞을까?
아무리 자신의 미래를 가정한 표현이라지만 이는 삼가야 할 표현이 분명하다.
병상에 눕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다.
그러니 버젓하지 못하다 할 수 없다.
그 대상이 되는 병상에 누워 있는 어르신 대부분은 누구보다 건강을 챙겼고
성실하게 살았던 분들이다.
누군가의 부모인 그들이 어느 순간 닮고 싶지 않은 본보기가 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나중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라는 말도 참 많이들 한다.
그런데 우리가 놓친 것이 하나 있다.
부모가 건강해도 짐처럼 느끼는 자식이 있는 반면, 부모가 병상에 누워 있어도
묵묵하게 대처하며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자식도 있다.
결국 부모가 짐이냐 아니냐는 자식의 마음과 태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부모들이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만은 침대에 눕지 않고 자식에게 짐이 안 될 것이며 스스로 깔끔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다를 리 없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자다 가야지’ ‘하루이틀 병원에 있다 가야지’ 같은 말도
많이 한다.유튜브 건강 채널 구독하며 매일 만 보를 걷고 영양제 한 움큼 챙겨
먹는다고 이게 가능할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고령 사회란, 누워 있는 사람들 모습 속에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와 인생의 철학이라는 정신적 유산을 깨달아야 버틸 수 있는 사회다.
80~100세 부모와 50~70대 자식이 함께 늙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유난스럽게 건강을 챙기고 요란스럽게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경박하다.
고령 사회가 되면서 더욱 길어진 여정을 버틸 수 있는 ‘무심함’이 필요하다.
이것이 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새로운 품격이 아닐까.
<조선일보 (일사일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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