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글

내 인생의 봄날은 오늘

highlake(孤雲) 2024. 11. 4. 14:57

요양원에서

적막 속에 흐르는 숨소리로

생존을 알리고 있다.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산 삶이지만

사연 없는 사람처럼 표정 없이 누웠다.

 

먼 곳에서 자식들 찾아오면

보고팠던 마음 표현하지 못하고

"어서 가야 하는데

폐 끼쳐 미안하다"며 

야윈 손으로 꽉 잡고 놓지 못한다.

 

옆 병상 할머니도

그 모습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훔친다.

 

밥심으로 산다며

한 그릇씩 드시던 식성은

기저귀 자주 갈아 요양사에 미안하다며

죽 몇 숟갈 뜨고 만다.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그곳

팔십평생 얼마나 사연이 많을까

하고픈 말도 넘칠 첸데

 

손을 놓고 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에

초점 잃은 눈빛 하나 박히고

가슴 가득 서러움이 밀려온다

 

<조미하 신간 ' 내 인생의 봄날은 오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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