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적막 속에 흐르는 숨소리로
생존을 알리고 있다.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산 삶이지만
사연 없는 사람처럼 표정 없이 누웠다.
먼 곳에서 자식들 찾아오면
보고팠던 마음 표현하지 못하고
"어서 가야 하는데
폐 끼쳐 미안하다"며
야윈 손으로 꽉 잡고 놓지 못한다.
옆 병상 할머니도
그 모습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훔친다.
밥심으로 산다며
한 그릇씩 드시던 식성은
기저귀 자주 갈아 요양사에 미안하다며
죽 몇 숟갈 뜨고 만다.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그곳
팔십평생 얼마나 사연이 많을까
하고픈 말도 넘칠 첸데
손을 놓고 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에
초점 잃은 눈빛 하나 박히고
가슴 가득 서러움이 밀려온다
<조미하 신간 ' 내 인생의 봄날은 오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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