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애인이 되고나서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나서는 것은 사실 너무 무섭고 두려운
일이 되었다. 물론 장애인 특수 차량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 때도 차도나
인도를 통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공사를 할 때 장애인이나 보행 노약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하고 공사를 한다면 좀 더 나은 복지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해서 조선일보 오피니언
조선칼럼중에서 임의편집(任意編輯)하여 올려 봅니다.
(조선일보와 글 쓴이에게 임의편집한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합니다.)
가로수·환풍구·소화전·맨홀 등 수많은 시설물 지면에 돌출, 보도블록 마감은
원래 고난도 ‘조각가의 정성’ 요구하는데 우리와 선진국은 30년 차이 혹평
‘걷기 좋은 길’은 상식인데 고속철, 고속도만 좋으면 뭐하나
사랑의 온도탑, 구세군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 군밤·군고구마 노상 매대 등 각종 세모 풍경이 거리마다 설렌다. 하지만 결코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연말 풍물도 하나 있다. 보도블록 교체 공사다. 멀쩡해 보이는 길이 졸지에 공사판으로 바뀌는 것이다. ...........中略
보도블록 공사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보도 이용 환경이 전반적으로 너무나 불편하고 추하고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부실시공의 결과로서, 깨지거나 비뚤어지고 꺼지거나 망가진 보도블록이 주변에 지천으로 많다. 가로등, 신호등, 환풍구, 가로수, 소화전, 우체통, 맨홀 등 수많은 시설물이 지면에 돌출되어 있어서 보도블록 마감 시공은 ‘조각가의 정성’을 요구한다는데, 이 분야에 관한 한 우리와 선진국 사이의 기 술격차는 30년 이상이라는 평가다(박대근, <보도블록은 죄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국제공항을 자랑하는 나라가 보도블록 하나 제대로 못 깔거나 안 까는 것이다.
시민의식이나 정치문화의 책임도 크다. 가게들이 공용 인도를 무단 침범하는 경우가 예사일 뿐 아니라 불법 광고물에 의한 통행 방해 또한 다반사다. 보도 위 불법 주정차 행위가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를 훼손하면서까지 만연되어 있지만, 지자체의 단속은 있으나 마나다.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볼라드의 실제 효능도 애매할 때가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 보도에는 지뢰나 암초, 복병(伏兵)이 도처에 숨어있다. 도로 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고관대작들이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혹은 유모차를 밀며 이런 동네 길을 한 번이라도 직접 걸어봤을까?
................中略
결국, 우리나라의 ‘걷기 나쁜 도시’는 목전의 고충이나 남부끄러운 차원을 넘어 보행친화적 미래 도시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더 이상은 이대로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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