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앵꼽고 시장시럽고 가시럽다
- 상희구 -
뻐뜩하마 집을 비우는
이 집 바람둥이 남정네가
근 달포만에
뻘럭꾼겉치 무망간에
집에 들어 와서는
한다는 말이
나는 인자
우리 색씨가 하도 곱아서
나가라 캐도
안 나갈끼잉끼네,
그리 알그래이,카이
이 남정에의 더럽은
행세를 진작 알고 있는
이핀네가 가래 끓는
소리로 내뱉었다.
내사마
더럽고
앵꼽고
시장시럽고
가시럽다.
[작가노트]
'더럽고 앵꼽고 시장시럽고 가시럽다'를 쉽게 풀이하면
'더럽고,아니꼽고,시장시럽고 가소롭다'이다
옛날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남정네들이 거의 대부분 바람을 피웠다.
그래서 이런 가정에서는 대개 부부싸움 끝에 아내들이 내뱉는
가히 절규와 같은 울부짖음이 위와 같았는데 위의 말에서
'시장시럽다'라는 말은 어원도 불분명하고 아직 말의 뜻이 정립되지
않아 예문으로 풀이에 가름한다
여기서는 '시장시럽다'라는 말은 더럽고 아니꼽고 가소롭다의 말들과
느낌이 거의 비슷한 말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아내에게
'언발에 오줌누기'식, 눈꼽만큼의 좁쌀 시혜(施惠)를 베풀어 놓고서는
으스대면서 잘난체할 때 응대하는 말로 쓰인다.
위의 남편이 '나는 인자 우리 색씨가 하도 곱아서'라고 한 말에대한
절망과 비아냥에 가까운 응수라고 할 수 있다
뻐뜩하마 : 툭하면
뻘럭꾼 : 놈팽이,불량배
<상희구의 경상도(대구) 사투리 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