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일은
누군가를 사랑해 버리는 일,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
오래 지니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일··
나이 들수록 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일은 친구를 사귀는 일입니다.
살아 갈수록 사랑이라는 말보다는 우정이라는 단어가 더 미덥습니다.
우정은 뜨겁다기 보다는 더운 것,
그래서 금방 식어 버리는 게 아니라 은근히 뭉근히 오래가는 것··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런 사람을 얻는 일 같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를 '지음'이라고 하지요.
자신의 거문고 소리에 담긴 뜻을 이해해 준 친구를 잃고 난 뒤
이제 그 소리를 아는 이가 없다며 현을 끊어버린 춘추시대의 어떤
우정 거기서 나온 말인데요.
지음이란 말엔 "새나 짐승의 소리를 가려 듣는다'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수 많은 지인들 중에서 나만의 소리를 가려 들어주는 사람,
목소리 만으로 눈물의 기미를 눈치챌 수 있는 사람···
'지인'은 많아도, '지음'은 드문 것 같습니다.
허은실의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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